5·18 북미 모임 활성화한 이윤희씨

"이역만리에서도 5·18 진상규명을 바라는 마음이 모이고 있습니다."

매년 5월 북미 지역(미국·캐나다) 15개 도시에서는 5·18민주화운동의 상징 곡인 '님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진다.

5·18을 직접 겪었던 당사자부터, 소식을 전해 듣고 분개했던 이민자 1.5세까지 각자의 5·18을 마음에 품고 있는 사람들의 조촐한 기념식이 열리면서다.

개별적으로 5·18을 기념하던 이들은 3년 전 '미주 지역 광주5·18민중항쟁동지회' 이름 아래 하나로 모였다.

동지회를 이끄는 사람은 캐나다 교민 이윤희(60)씨.

1980년 5월 광주항쟁 그 한복판에 살았던 그는 2006년 이름도 생소한 캐나다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 카운티로 이민을 왔다.

5월 트라우마를 겪고 있었던데다 큰아들까지 병으로 잃으면서 더는 고향 땅을 밟고 있을 수 없었다고 했다.

이씨는 "5월만 되면 죽은 사람들이 생각나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나왔다"며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해보자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5·18 당시 많은 광주 시민들이 겪었던 것처럼 옆 동네 아저씨가, 앞마을 친구가 쓰러져가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

죽은 친구의 염을 옆에서 도왔던 당시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12·12군사반란으로 입대가 미뤄져 입영 대기를 하고 있던 이씨에게 찾아온 잔혹한 5월은 이후 그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항쟁의 한복판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는 이씨는 "죽은 자들에게 부끄러웠다"며 5·18 유공자 신청을 스스로 포기했다.

그렇게 도망치듯 한국을 떠난 이씨는 핼리팩스 카운티에서도 한인이 거의 살지 않은 시골 마을에 자리를 잡았다.

다행히 한국에서 18년간 공무원 생활을 했던 경력으로 인근 대학교 행정직에 취직했고, 겸업으로 블루베리 농장을 시작했다.

농사일을 도울 사람을 구할 형편이 되지 않았던 이씨는 직장에서 퇴근한 뒤 3년간 매일 같이 블루베리 70여주씩을 심어 손수 농장을 일궜다.

생업에 치여 머리에 떠올릴 수조차 없었던 5·18은 갑작스럽게 이씨에게 다시 찾아왔다.

한 외국인 기자가 공개한 5·18 당시의 영상 자료에 이씨의 모습이 담겼다는 사실을 주변으로부터 전해 들으면서다.

이를 계기로 그는 북미 지역에 사는 5·18 관련자들과 교류를 시작했다.

또 베트남전쟁 참전 유공자와 달리 5·18 유공자가 외국 시민권을 얻을 경우 자격을 박탈당한다는 사실에 분개했다.

5·18 기념행사를 소규모로 추진하려 하면 군사정권 시절 군 출신 이민자들의 보이지 않는 방해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2018년 '미주 지역 광주5·18민중항쟁동지회'도 만들었다.

그는 "재정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저희는 작은 식당에서 행사를 치르는데 군 출신 이민자들은 대형 호텔을 임대해 그들의 행사를 치르고 있다"며 "이들의 방해 공작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진실과 정의를 내세운 우리들의 신념을 결코 꺾지 못했다"고 말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20명의 회원으로 시작한 동지회는 3년 만에 미국 뉴욕과 LA, 시카고 등 15개 지역 100여명으로 늘어났다.

서로 거리가 먼 탓에 자주 만날 순 없지만 5·18이 다가오면 지역별로 기념식을 열고 5·18을 기억하고 있다.

또 5·18을 자신이 사는 지역 사회에 알리기 위해 포럼과 사진 전시회 등 외부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올해엔 캐나다 오타와 국회의사당 앞에서 사진 전시회 등을 하려 했지만 코로나19로 취소할 수밖에 없어 아쉬울 따름이다.

동지회는 올해 40주년을 맞아 광주 항쟁을 알리는 영문판 책자를 발간하고 전두환 전 대통령을 전범으로 UN에 제소한다는 계획이다.

이씨는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출범한 만큼 역사 왜곡을 끝낼 수 있도록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진실을 밝혀줬으면 좋겠다"며 "먼 타국에서도 가능한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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