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세 한인, 박상수씨 ... 보행보조기 의지 시위 동참

1992년 미국 조지아주(州) 애틀랜타 폭동을 온몸으로 겪었던 91세의 한인 박상수씨가 7일(현지시간)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시위에 참석해 경찰 폭력과 인종 차별 종식을 촉구했다.

박씨는 이날 애틀랜타의 한인 거주지 덜루스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이같이 강조했다고 애틀랜타 한인안전대책본부가 밝혔다.

박씨는 집회에서 "정말로 눈물이 난다. 여러분도 이렇게 슬픈 일을 당하면 어떻겠냐"며 "여러분은 감정을 감정으로 다스리지 말고 사랑으로 다스려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저는 1992년 (애틀랜타) 폭동의 피해자로 당시 많은 고통을 겪었다"며 "그러나 이것을 감정으로 다스려서는 안 되고 평화롭게 사랑으로 해달라. 그것이 우리가 이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또 경찰 폭력으로 가족을 잃은 흑인 여성을 포옹하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박씨는 지팡이 두 개를 짚고 길을 나서야 할 정도로 거동이 불편하지만, 평화를 바라는 미주 한인사회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시위에 동참하기로 결심했다고 한인안전대책본부는 전했다.

박씨는 1992년 로드니 킹 사건으로 로스앤젤레스(LA)에서 발생한 폭동 사태가 애틀랜타로 번졌을 때 이를 생생하게 겪었다.

당시 애틀랜타 대학가에서 '파이브스타' 식료품점을 운영하던 박씨는 폭도들에게 포위되자 가게 문을 닫고 2층으로 피신했다.

성난 약탈 시위대는 벽돌 등을 집어 던지며 박씨 가게에 불을 지르려 했고, 박씨 부인은 시위대가 던진 돌에 등을 맞는 불상사도 일어났다.

당시 경찰은 박씨 가게에 쳐들어온 시위대를 향해 헬기에서 최루탄을 쏘고, 특공대를 투입할 정도로 긴박한 상황이었다.

가게에 고립된 채 악몽과도 같은 밤을 보낸 박씨는 경찰의 도움으로 간신히 구출됐고, 당시 박씨가 구출되는 장면은 TV로 생중계되기도 했다.

박씨는 전날 애틀랜타의 유력 일간지 '애틀랜타 저널 컨스티튜션'(AJC)과의 인터뷰에서도 평화를 염원하는 한인 사회의 바람을 전달했다.

그는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미국 전역의 항의 시위에 대해 "한인 상가를 지키고 폭력과 약탈을 막고 싶다"며 "우리는 모두 같은 사람이다.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보여주면 파괴와 폭력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시위는 한인을 포함해 흑인과 백인 등 다양한 인종의 주민 1천명이 참여한 가운데 질서 있게 진행되면서 단 한 건의 체포 없이 평화롭게 마무리됐다고 안전대책본부 측은 전했다.

본부 관계자는 "1992년 애틀랜타 폭동의 기억이 생생한 한인사회는 폭동과 약탈 등 불상사를 우려해 업소 문을 닫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시위에 참여해 평화 시위를 촉구하며 타 인종과 인권 문제에 공동 대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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