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정치에 밀리는 과학...코로나 검사 지침, 정상 절차 안 거치고 개정

전대미문의 전 세계적 전염병 대유행이라 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반년을 훌쩍 넘기면서 많은 사람이 백신의 빠른 상용화를 고대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과 자유롭게 어울리고 여행도 다닐 수 있는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욕망의 투사일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그런 기대를 품은 사람 중 한 명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희망은 일반인들과는 출발점이 다른 듯하다.

미국 언론들은 11월 3일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백신을 재선 승리의 지렛대로 삼으려 한다고 본다. 코로나19 백신이 선거 전 표를 끌어모을 깜짝 이벤트를 뜻하는 '옥토버 서프라이즈' 카드의 하나로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런 관측을 부인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올해 안에 코로나19 백신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며 "11월 1일 이전에, 10월에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스티븐 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도 지난달 3상 임상시험이 끝나기 전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할 준비가 돼 있다며 '조기 승인' 가능성을 열어뒀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50개 주(州) 전부와 뉴욕·시카고 등 5개 대도시 당국에 이르면 10월 말 또는 11월 초 의료진과 고위험군 사람들에게 백신을 배포할 준비를 하라고 이미 통지했다.

많은 사람이 기다리는 백신이 빨리 나오면 나올수록 좋은 일일까.

의약품 사용을 승인하는 FDA에서 1990년대 정책 차장을 지낸 윌리엄 슐츠는 17일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글에서 꼭 그렇지는 않다는 의견을 냈다.

슐츠는 심각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에 걸린 환자를 치료하는 약이라면 심각한 위험도 감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중대한 부작용이 있는 암 치료제라도 환자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고 입증된다면 FDA가 이를 승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백신의 경우 FDA는 간단한 한 가지 이유로 항상 더 높은 수준의 안전성을 요구해왔다고 슐츠는 지적했다. 백신은 건강한 사람이 맞기 때문이다.

슐츠는 FDA가 코로나19 백신의 긴급사용 승인을 검토할 때 3가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째는 효능이 낮은 백신을 맞은 사람이 '위험한 행동'을 할 수 있는데, 이때 백신의 이익이 이 위험을 상쇄하고도 남느냐는 것이다.

만약 백신의 효험이 50%라면 접종자의 절반은 면역이 되지 않지만 맞은 사람들은 잘못된 안도감을 느끼고 마스크를 안 쓰거나 사회적 거리 두기를 안 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더욱더 많은 사람에게 접종한 뒤에야 파악할 수 있는 해악이 있어 이 백신으로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리거나 사망한다면 이후에 더 안전한 게 개발돼도 사람들이 접종을 꺼릴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백신의 긴급 사용이 승인될 경우 현재 진행 중인 약 40건의 다른 백신 임상시험에 참가한 사람 중 일부가 시험에서 이탈해 승인된 백신을 접종하면서 다른 임상시험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CDC는 지난달 코로나19 검사 지침을 개정해 무(無)증상자라면 코로나19 환자와 접촉했더라도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곧장 의료·과학계의 반발을 산 새 지침은 CDC가 아니라 상급 기관인 보건복지부가 작성해 내려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지침을 개정하거나 작성할 때 통상적으로 거치는 과학적 검토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많은 미국 언론은 이처럼 관행과 상식을 건너뛴 지침 개정과 관련해,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세계 1위인 것은 검사를 많이 하기 때문'이라며 검사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과 더불어 보도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CDC는 결국 무증상자도 검사를 받으라며 지침을 원래대로 되돌려놨다.

슐츠는 "(백신 승인과 관련된) 잘못된 결정은 이 치명적 바이러스(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으려는 노력을 심각하게 약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 검사 지침 개정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가 앞으로 백신 사용 승인을 놓고 전개될 일들의 예고편이 아니기를, 나중에 백신 승인 뒤 벌어지는 일을 지켜보며 언젠가 한 번 본 광경을 다시 보는 듯하다는 '데자뷔' 현상을 겪지 않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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