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왜곡 난무한 야스쿠니 "위안부 강제연행은 거짓말"
08/19/21 "일본군이 (위안부를) 강제 연행했다는 것은 완전히 거짓말이고 근거가 없다."
일본의 패전 76주년을 맞은 15일 일본 극우세력의 심장으로 불리는 야스쿠니(靖國)신사에 전범기인 욱일기 등을 든 대열에서 한 남성이 전쟁 중 일본의 가해행위 책임을 부인하는 발언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일본 도쿄도(東京都)에 전날부터 계속 비가 내려 이날 오전에 신사 경내는 상당히 차분한 분위기였지만 정오 무렵이 되자 어김없이 역사 왜곡 세력이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종군 위안부·난징대학살, 망국 교과서 삭제하라'라는 글이 적힌 현수막에서 이들의 역사관을 바로 알 수 있었다.
1993년 8월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당시 일본 관방장관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이른바 '고노 담화'에서 "위안소의 설치, 관리 및 위안부의 이송에 관해서는 옛 일본군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이에 관여했다"고 군의 책임을 인정했지만, 남성은 이마저 부인하려고 발버둥 쳤다.
그는 "소중한 군인들이 목숨을 잃으면 안 되니 위생면·소독면에서만 일본군이 관여한 것"이라면서 한국 등이 일본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징용 문제를 들고 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문재인 정권이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깼다"면서 "일본은 전후 70년간 계속 사죄했고, (이제 전후) 76년인데 아직도 사죄해야 하는 것이냐"고 선동했다.
중일전쟁이 진행 중이던 1937년 말부터 1938년 초까지 중국에서 민간인 등을 상대로 한 일본군의 난징(南京)대학살 희생자 수가 30만 명까지 거론되는 것에 대해 "당시 일본에는 그 정도의 총알이 없었다"면서 "완전한 거짓말이고 엉터리이며 일본 국민은 믿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근처에서 발언을 듣고 있던 한 중년 남성에게 기자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과연 그렇구나'하고 느끼는 부분이 있다"고 반응했다.
이 남성은 자신이 전쟁 사망자의 유족이 아니지만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러 온다고 설명했다.
궂은 날씨에도 야스쿠니신사에는 참배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전쟁 때 목숨을 잃은 혈육의 영면을 기원하러 온 참배객마저 우익 단체가 떠들어대는 비틀어진 역사관에 가랑비에 옷 젖듯이 동조하게 될 것이 우려됐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환경상,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문부과학상, 이노우에 신지(井上信治) 엑스포 담당상 등이 이날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