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실향민 "또 전쟁 날까 걱정…간절히 평화 원해"

러시아와 맞닿은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은 여전히 지난 전쟁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모습이다.

돈바스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주(州)와 루간스크 주를 일컫는 지명이다. 2014년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분리주의 반군이 충돌한 '돈바스 전쟁'의 무대이기도 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19일(현지시간) 야간열차를 타고 지난 전쟁의 격전지이자 다시 전쟁이 벌어질 경우 최우선 타깃이 될 도네츠크 주의 슬라뱐스크에 도착했다.

슬라뱐스크로 향하는 야간열차
슬라뱐스크로 향하는 야간열차
(슬라뱐스크[우크라이나]=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도네츠크 주 슬라뱐스크로 향하는 야간열차. 2022. 1. 19 [email protected]

현재 우크라이나의 다른 지역에서 돈바스 지역에 갈 수 있는 교통수단은 열차가 유일하다.


2014년 도네츠크 공항이 반군의 수중에 떨어진 이후 국내선 항공편이 끊겼고, 한겨울에는 폭설로 도로 곳곳이 폐쇄돼 장거리 차량 이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돈바스 전쟁은 바로 이곳 슬라뱐스크에서 발화했다. 도네츠크의 분리주의 반군이 슬라뱐스크 시청을 점령한 2014년 4월 12일이 돈바스 전쟁의 공식적인 개전일이다.

순식간에 슬라뱐스크를 장악한 반군은 주변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고지를 점령한 채 정부군을 향해 포화를 쏟아냈다.

정부군은 수많은 희생을 치르고도 3개월이 지난 뒤에야 슬라뱐스크를 탈환할 수 있었다.

당시 반군의 포격으로 슬라뱐스크 외곽의 세미노브카 마을은 전체 건물의 80%가 파괴됐다.


약 8년이 흐른 현재도 대부분의 건물은 복구가 이뤄지지 않은 채 방치됐다.

전쟁 전 병원으로 쓰이던 건물은 포격에 지붕이 완전히 날아갔다. 외벽 일부만 남은 채 쓰러져가는 옛 병원의 잔해는 전쟁의 무자비함을 일깨웠다.

'슬라뱐스크'(СЛАВЯНСК) 라고 적힌 조형물에는 수십 개의 총알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전쟁 때 파괴된 자동차가 곳곳에 방치돼 있고, 시 박물관에는 반군이 사용하던 견인포가 전시돼 있다. 도시 어느 곳에 지뢰가 묻혀있는지 누구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돈바스 전쟁으로 약 4만 명의 민간인이 죽거나 다쳤으며,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만 약 140만 명의 실향민이 발생했다.

러시아의 침공이 현실이 될 경우 또다시 수많은 사상자와 실향민이 발생할 터다.

그러나 불행히도 전쟁의 북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접경에 약 10만 명의 대군을 배치한 데 이어 우크라이나 북쪽의 벨라루스에도 병력을 전개했다. 우크라이나의 동부와 남부, 북부에 적대 세력이 포진한 형국이 된 것이다.

러시아 특수부대가 우크라이나에 잠입해 침공의 명분을 만들기 위한 작전을 수행했다는 보도가 나오는가 하면, 우크라이나 주재 러시아 외교관 일부가 철수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에 미국은 경제 제재 카드를 빼 들었고, 영국과 캐나다는 무기 공급·특수부대 파견 등 실질적인 지원에 나섰다.

자칫하면 서방과 러시아의 전쟁터가 될 수 있는 위기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도네츠크 주의 성산 수도원에는 삶의 터전을 잃은 실향민 약 200명이 머물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이반 아소보브 씨는 루간스크에 살다가 전쟁 발발 이후 살던 집을 버리고 아내와 자녀만 데리고 슬라뱐스크로 이주했다. 그의 친척은 여전히 반군이 장악한 루간스크에 살고 있다.

전쟁의 아픔을 직접 겪은 아소보브 씨는 전쟁이 다시 일어날지 모른다는 소식에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키자'는 구호는 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만용으로 치부했다.

다소 러시아의 체면을 세워주더라도 전쟁만큼은 피했으면 하는 것이 그의 속마음이다.

"8년 전 모든 것을 버리고 가족만 데리고 이주해야 했습니다. 요즘 또 전쟁이 나지 않을까 걱정이 많이 됩니다. 이게 얼마나 두렵고 긴장된 상황인지 모를 겁니다. 정말 평화가 이뤄지기만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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