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이혁 국내 첫 자선공연

"14살 때부터 해외에 있지만, 한국어와 대한민국의 역사·문화 등을 잊지 않으며 음악가로서 자부심을 품고 살고 있어요. 음악 공부의 여정이 한국에 있지 않을 뿐 어디에서든 늘 당당한 한국인이고자 합니다."

최근 전화와 이메일로 만난 피아니스트 이혁(22)은 자신의 정체성에 관해 이렇게 설명하며 한국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그는 "한국에 들어오면 편안함을 느낀다"며 "한국인 고유한 정을 느낄 수 있어 올 때마다 행복하다"라고도 했다.

2014년 러시아로 유학을 떠난 이혁은 주로 유럽 무대를 위주로 활동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초기인 올해 2월엔 당분간 모스크바 생활을 접기로 하고 차이콥스키 음악원을 휴학했다. 현재 프랑스 파리에서 거주 중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세계 최고 권위의 쇼팽 콩쿠르 최종 결선에 진출해 주목을 받았다. 쇼팽 콩쿠르에선 순위권에 들지 못했지만, 그해 12월 프랑스 아니마토 콩쿠르에선 우승을 차지했다.

이혁은 "쇼팽 콩쿠르 이후 여러 심적, 물리적 변화가 있었고 성장하는 시간이었다"며 "갑자기 파리에 오게 되면서 새로운 환경의 변화를 겪고 마음을 다잡아야 했지만, 음악을 향한 열정은 더 굳건하게 커졌다"고 회상했다.

이어 "더 큰 도약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던 큰 힘은 늘 저를 지켜봐 주고 응원해주는 한국 청중들"이라며 "제 음악을 좋아하고 따뜻한 관심과 배려를 보여주는 분들이 계셔서 지치지 않고 나아갈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올해 3월과 8월 리사이틀과 오케스트라 협연 등으로 국내 관객들과 만난 그는 오는 12월 20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첫 자선공연을 연다. 수익금은 중앙대병원 어린이 병동에 입원 중인 소아 환우들의 치료를 위해 쓰인다.

이혁은 "오래전부터 음악으로 나눔을 실천하고 싶은 소망이 있었는데 이런 공연을 할 수 있게 돼 무척 기쁘다"며 "음악은 개인의 명예를 추구하는 것을 넘어 사회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공연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 곡목을 골랐다고 했다. 한해를 정리하는 12월의 분위기에 빠지면서 쇼팽의 매력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레퍼토리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부소니가 편곡한 바흐의 '샤콘', 쇼팽의 '마주르카 10∼13번'과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그랜드 폴로네이즈'를 선보인다. 2부에서는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모음곡', 알캉의 '독주 피아노를 위한 교향곡'을 들려준다. 동생인 피아니스트 이효(15)는 곡해설을 맡는다.

이혁은 해외에서는 종종 자선공연을 했다. 지난달엔 폴란드 바르샤바의 시각장애인을 위한 협회가 주최하는 콘퍼런스에서 오프닝 공연 무대에 섰다. 모스크바에서 거주할 때도 공연 수익금을 러시아 병원에 기부하곤 했다.

그는 올해 5월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인들을 돕는 자선콘서트를 열었던 때도 소개했다.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인 2015년과 2018년에 우크라이나의 여러 도시를 돌며 현지 관객과 만난 바 있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애정이 깊다.

이혁은 "전쟁으로 망연자실하며 슬픔을 가누지 못하는 많은 우크라이나 피난민들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랐고, 희망의 불씨를 주고 싶었다"며 "연주 후에 다가와 행복했다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음악을 통해 즐거움과 기쁨을 얻었고, 힘들고 어려울 때 큰 위안을 받았다"며 음악과 함께하는 시간이 행복하다고 했다. 또 "어제보다 오늘, 그리고 내일을 향해 조금씩 발전하는 저를 지향한다"며 "그 하루가 쌓여 음악적 이해와 깊이가 성숙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마음가짐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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