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에 징집된 4형제 전사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라는 말에는, 한 개인의 죽음을 국가적 차원의 희생으로 승격시키는 함의가 있다. 그 죽음은 그저 허망하거나 비극적이지 않고, 보다 숭고하고 고결한 헌신으로 칭송받는다.

그 죽음을 감내해야 할 남겨진 가족들은 그런 자긍심으로나마 서로를 위로하고, 때때로 터져 나오는 슬픔과 울분을 꾹꾹 누를 것이다. 그런데도 국가라는 이름의 뒤편에서 스러진 자식, 부모, 형제자매를 그리워하지 않을 방법이 있을까.

한명의 가족을 잃어도 그럴진대, 하물며 4명의 자식을 모두 전쟁에서 잃은 부모의 마음은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그런 부모를 지켜보며 형제의 빈자리를 채운 다른 자식들의 마음은 또 어땠을까.

울산에는 군에 입대한 형제 4명이 모두 전사해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사연이 있다.

◇ 장남·차남·삼남은 6·25 전쟁, 막내는 베트남전에서 '전사'

매년 현충일 울산시 울주군 두동면 충효정에서는 '국가유공 4형제 전사자 합동추모제'가 열린다. 올해로 24회째 행사가 열렸지만, 지역에서도 이 행사의 의미를 잘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행사를 주최하는 '국가유공 4형제 전사자 추모사업회'가 전한 기구한 사연은 이렇다.

6·25 전쟁이 발발한 1950년 이재양·류분기씨 부부는 슬하에 5남 1녀를 두고 울산에서 살고 있었다. 장남 민건(당시 27세), 차남 태건(24세), 삼남 영건(21세) 씨는 장성했고, 막내 승건 씨가 5살 꼬마였다.

농사를 지으며 넉넉지 않은 형편이었지만, 다복한 자식들 덕에 가정은 단란했다.

집안의 비극은 예고 없이 들이닥쳤다.

가족들은 8월 15일에 당시 한 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식에 참석했는데, 갑자기 군용 트럭들이 몰려와 징집 대상자들을 태워 떠났다고 한다. 이씨 집안에서는 장성한 장남, 차남, 삼남이 모두 그렇게 입대했다.

참혹한 시기에 전투의 최전선에 투입된 3형제는 모두 전사하고 말았다.

장남은 입대 이듬해인 1951년 7월 21일 금화지구 전투에서, 차남은 같은 해 8월 철원지구 전투에서 각각 전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남은 언제 어디서 전사했는지조차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3형제의 전사 통지서를 받은 아버지는 병을 얻어 1959년 세상을 떴다.

어머니는 남은 자식들을 건사하며 근근이 살아가던 중에 또다시 청천벽력같은 상황을 맞게 된다.

막내 승건 씨가 "형제 셋이 전사했는데, 나 역시 나라를 위해 헌신하겠다"며 입대를 선언한 것이다.

가족의 만류에도 1964년 당시 19살이었던 승건 씨는 해병대에 자원입대했고, 베트남전에 파병됐다. 그러나 승건 씨마저 1967년 8월 현지 꽝나이지구 전투에서 산화하고 만다.

1971년 정부는 나라를 위해 네 아들을 잃은 류씨를 위로하고자 보국훈장 천수장을 수훈했지만, 막내마저 잃고 몸져누웠던 류씨는 1972년 유명을 달리했다.

◇ "4형제 전사, 세계적으로 사례 없는데"…추모사업은 한계

기구하면서도 비극적인 이 가족의 사연은 한동안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사남 부건 씨가 형제의 이름이라도 기억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1997년부터 비석 4개가 세워진 두동면 묘역에서 추모제를 지냈다.

2005년 뜻 있는 이들의 도움과 국가보훈처의 지원 등으로 추모사업회가 설립됐고, 2008년에는 울주군이 묘역 일원에 4형제를 기리는 충효정을 조성했다.

4형제의 사연은 지역 교과서에 실렸고, 군부대에서 신병 교육자료로 활용되기도 했다. 2016년부터는 '거룩한 형제'라는 이름의 뮤지컬로 만들어져 매년 상연되고 있다.

박형준 추모사업회 회장은 "나 역시 30년 군 생활을 한 사람이지만, 4명의 형제가 모두 전쟁에서 전사한 사례는 들어본 적이 없다"라면서 "개인적인 호기심에 전 세계 사례를 조사해봤는데 미국에서 3형제가 전사한 일이 있을 뿐, 4형제는 현재까지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4형제를 기리고 널리 알리는 추모사업은 나날이 힘에 부치는 상황이다.

우선 앞장서서 추모제를 챙겼던 부건 씨가 올해 4월 노환으로 별세(향년 82세)했다. 전사한 4형제를 포함한 6남매가 모두 작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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