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세계성장률 3.0%, 전쟁과 기술이 경기 갈랐다

국제통화기금이 2026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을 3.0%로 제시하면서 세계 경제가 전쟁과 기술이라는 두 힘 사이에서 갈라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2027년 성장률은 3.4%로 예상됐지만, 2024~2025년 평균 성장률보다 낮은 수준이다. 표면적으로는 완만한 성장세가 이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에너지 가격, 무역 마찰, AI 투자, 재정 부담이 국가별 성과를 크게 갈라놓고 있다. 이번 전망의 핵심은 침체가 아니라 불균형이다. 일부 국가는 AI와 반도체, 데이터센터 투자로 성장 동력을 얻는 반면, 에너지 수입국과 저소득 국가는 물가와 부채 부담을 동시에 겪고 있다. IMF가 주목한 첫 번째 변수는 전쟁의 공급 충격이다. 중동 긴장과 호르무즈 해협 불안은 원유와 해상 보험료, 운송 비용을 흔든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식량, 에너지, 방산 지출을 통해 유럽 재정에 장기 부담을 남긴다. 공급 충격은 단순히 가격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중앙은행의 정책 판단을 어렵게 만든다. 성장이 둔화될 때는 금리를 낮추고 싶지만, 유가와 물류비가 오르면 인플레이션 경계가 되살아난다. 이런 환경에서는 금리 인하가 늦어지고 민간 투자 회복도 지연될 수 있다. 두 번째 변수는 AI 투자 붐이다. 미국과 한국, 대만, 일본, 일부 유럽 국가는 반도체와 전력망, 클라우드 인프라 투자의 수혜를 받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철강, 전력기기, 냉각 시스템, 광통신, 메모리, 건설까지 연쇄 수요를 만든다. 그러나 이 투자는 모든 나라에 고르게 퍼지지 않는다. 기술 공급망을 보유한 국가와 기업은 이익을 얻지만, 전력 부족과 자본 조달 비용이 높은 국가는 오히려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 AI가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가 실제 경제 전반에 확산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세계 무역도 과거와 달라졌다. 공급망 안정, 안보, 산업정책이 효율성보다 우선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미국의 반도체 국내 생산 확대, 유럽의 방산 투자, 중국의 첨단 제조 자립은 모두 같은 흐름이다. 이는 특정 산업에는 투자 기회를 만들지만, 세계 전체로 보면 중복 투자와 비용 상승을 부를 수 있다. IMF의 낮아진 성장 전망은 세계화의 효율성이 약해지고 지역별 블록화 비용이 커지는 현실을 반영한다. 앞으로의 정책 과제는 물가 안정과 성장 투자 사이의 균형이다. 각국은 AI와 에너지 전환, 국방, 복지 지출을 동시에 늘리고 싶어 하지만 재정 여력은 제한돼 있다. 고금리 환경이 오래가면 부채가 많은 신흥국은 더 큰 압박을 받는다. 반대로 기술 투자를 지나치게 억제하면 장기 생산성 개선 기회를 놓칠 수 있다. 2026년 세계 경제는 한 방향으로 좋거나 나쁜 장세가 아니라, 기술을 가진 경제권과 비용 충격을 떠안는 경제권이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분기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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