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급등, 이란 불안보다 AI 반도체 랠리가 컸다

미국 증시가 이란발 지정학 불안을 딛고 상승했다. 나스닥은 반도체주 강세에 힘입어 큰 폭으로 올랐고, S&P 500과 다우지수도 동반 상승했다. 중동에서는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다시 격화됐지만, 투자자들은 단기적으로 에너지 충격보다 AI 반도체 투자 사이클에 더 큰 비중을 뒀다. 특히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3% 넘게 뛰며 시장의 분위기를 바꿨다. 전통적으로 지정학 위기가 커지면 위험자산이 약해지지만, 이번 장세에서는 기술주의 이익 기대가 방어막 역할을 했다. 가장 큰 동력은 마이크론의 대규모 미국 투자 계획이었다. 마이크론은 AI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2035년까지 미국 내 투자 규모를 2,500억달러 이상으로 제시했고, 주가는 강하게 반응했다. 고대역폭 메모리와 데이터센터용 저장장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메모리 기업은 단순 경기민감주가 아니라 AI 인프라의 핵심 부품 기업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샌디스크와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등 관련주가 함께 오른 것도 투자자들이 공급망 전반에 베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 내부에서는 에너지금리 변수가 여전히 부담이다. 이란과 호르무즈 해협 긴장이 유가를 다시 밀어 올리면 인플레이션 기대가 되살아나고, 이는 연방준비제도의 정책 여지를 좁힐 수 있다. 실제 6월 FOMC 의사록에서는 일부 위원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 둔 것으로 전해졌다. 주간 실업수당 청구가 낮게 유지되며 노동시장이 안정적인 것도 경기 침체 우려를 낮추는 동시에 긴축 경계감을 남긴다. 시장은 호재와 악재를 동시에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AI 쪽으로 다시 몰린 이유는 이익의 가시성이다. 데이터센터 전력, 메모리, GPU, 네트워크 장비, 패키징, 냉각 시스템에 대한 주문은 단기 경기보다 구조적 투자의 성격이 강하다. 대형 기술기업이 수십억달러 단위의 설비와 칩 공급 계약을 이어가면서 반도체 업황은 기존 경기 순환보다 훨씬 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때문에 중동 위기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는데도 기술주는 위험 프리미엄을 흡수할 수 있었다. 다만 현재의 상승은 강한 만큼 취약점도 있다. AI 투자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치거나, 전력망과 부품 공급 병목이 커지거나, 유가 급등이 금리 인상론을 되살리면 밸류에이션 부담은 빠르게 부각될 수 있다. 특히 반도체주는 한 방향으로 쏠릴 때 변동성도 커진다. 이번 장세의 핵심은 시장이 중동 리스크를 무시했다는 것이 아니라, AI 인프라 수요가 그보다 더 강한 가격 결정력을 가졌다는 점이다. 앞으로도 유가와 금리, 반도체 주문 데이터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지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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