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에 세계 증시 흔들…호르무즈 리스크 재부상

중동 긴장이 다시 금융시장의 중심 변수로 떠올랐다. 브렌트유는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공격과 미국의 추가 공습 소식에 하루 동안 5% 이상 뛰며 배럴당 78달러 선을 넘어섰고, 장중에는 80달러를 넘보기도 했다. 주식시장은 초반 급락 후 일부 낙폭을 줄였지만,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와 금리 전망을 다시 흔들 수 있다는 우려는 남았다. S&P500은 0.3% 하락했고, 다우지수는 1.1% 밀린 반면 나스닥은 AI 대형주의 반등으로 소폭 상승했다. 이번 시장 반응의 특징은 충격의 방향이 단순하지 않다는 데 있다. 일반적으로 지정학적 충돌은 위험자산 매도와 달러 강세, 유가 상승을 동시에 유발하지만, 최근 시장은 AI 관련 대형주에 대한 구조적 수요 때문에 지수 전체가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엔비디아브로드컴 같은 종목은 강세를 보이며 나스닥을 지탱했다. 반면 항공, 운송, 주택, 소비재처럼 연료비와 금리에 민감한 업종은 부담이 커졌다. 이는 시장 내부에서 전쟁 리스크와 기술 성장 기대가 충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가 상승은 중앙은행의 고민을 키운다. 올해 초 이후 투자자들은 전쟁 프리미엄이 완화되고 에너지 가격이 안정되면 물가가 내려갈 것이라는 시나리오에 베팅해 왔다. 그러나 호르무즈 리스크가 재부상하면 그 가정은 흔들린다. 특히 해협이 실제로 봉쇄되거나 선박 보험료가 급등하면, 원유 가격뿐 아니라 석유화학 제품과 항공료, 물류비까지 연쇄적으로 올라갈 수 있다. 이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유럽중앙은행은 경기 둔화를 우려하면서도 금리를 쉽게 낮추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다. 지역별 반응도 엇갈렸다. 유럽 증시는 중동 에너지 의존과 금리 부담을 동시에 반영해 주요 지수가 2% 안팎 하락했다. 아시아에서는 한국 증시가 AI 반도체 비중과 지정학 리스크가 함께 부각되며 급락했고, 홍콩은 중국 AI 기업 강세로 반등했다. 캐나다 달러처럼 원유 수출과 연결된 통화는 유가 상승의 수혜를 일부 받았다. 같은 충격이라도 에너지 수입국, 산유국, 기술 수출국이 받는 영향은 크게 다르다. 앞으로 시장은 세 가지 지표를 동시에 볼 가능성이 크다. 첫째, 호르무즈 통항이 실제로 정상화되는지 여부다. 둘째, 유가 상승이 소비자 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으로 전이되는 속도다. 셋째, AI 대형주가 지정학 충격을 흡수할 만큼 실적 모멘텀을 유지하는지다. 단기적으로는 방산·에너지·AI 일부 종목이 상대적으로 버틸 수 있지만, 유가 상승이 장기화하면 주식시장의 방어력도 약해질 수 있다. 지금 시장은 전쟁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 성장 기대와 에너지 충격 사이에서 균형점을 다시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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