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대서양 허리케인 ‘이례적 잠잠’…강한 엘니뇨가 폭풍 억제
09/14/262026년 대서양 허리케인 시즌이 예상과 달리 기록적으로 조용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9월 중순까지 대서양에서는 허리케인이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고 열대폭풍도 소수에 그쳤다. 위성 관측 시대 이후 가장 느린 출발 가운데 하나로 평가되며 기상학자들은 강력한 엘니뇨가 대서양 상공의 바람 구조를 바꾼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고 있다.
엘니뇨가 강해지면 대서양 열대지역의 상층과 하층 바람 방향과 속도 차이가 커지는 이른바 바람시어가 강화된다. 열대저기압은 아래에서 위까지 회전 구조가 정렬돼야 발달할 수 있는데 강한 바람시어는 이 구조를 기울이거나 찢어놓는다. 여기에 건조한 공기와 하강기류가 겹치면서 아프리카 서쪽에서 발생한 열대요란이 카리브해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성장하지 못하고 약해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바닷물 온도가 낮아서 폭풍이 적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세계 해수면 온도는 여전히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지만 올해는 대기 온도 역시 높고 바람 조건이 불리해 따뜻한 바다가 허리케인 형성으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해수면 온도 하나만 보고 허리케인의 강도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대서양이 조용한 대신 동태평양과 중부태평양은 상대적으로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엘니뇨 시기에 흔히 나타나는 패턴이다. 다만 기상당국은 대서양 연안 주민들이 방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허리케인 시즌은 11월까지 이어지고 멕시코만이나 카리브해에서 늦게 강한 폭풍이 발생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번 시즌은 기후변화와 자연적인 해양·대기 변동이 복잡하게 상호작용한다는 사실도 보여준다. 지구가 전반적으로 따뜻해지면 폭풍이 더 많은 수증기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지만 실제 발생 수와 이동경로는 엘니뇨, 바람시어, 대기습도 같은 여러 조건에 좌우된다. 장기적인 온난화가 계속되는 만큼 한 해의 조용한 시즌을 기후위험 감소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경고다.
미국 동부와 카리브해 지역의 비상당국은 이번 시즌의 낮은 활동에도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허리케인은 시즌 전체 횟수보다 한 차례의 강력한 상륙이 지역사회에 훨씬 큰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