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확대 간첩죄’ 시행…반도체·첨단기술 해외 유출도 처벌 강화
09/14/26한국에서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북한 관련 행위에서 모든 외국을 위한 정보 유출 행위로 확대하는 개정 법률이 13일부터 시행됐다. 기존 형법은 간첩행위의 상대방을 사실상 북한과 적국에 초점을 맞춰 규정해 중국과 미국, 일본 등 다른 국가를 위한 국가기밀 유출 사건을 간첩죄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개정은 글로벌 기술경쟁과 경제안보 환경 변화를 반영한 조치다.
특히 반도체와 배터리, 디스플레이, 조선, 방산 등 한국이 경쟁력을 가진 산업에서 기술 유출 우려가 커진 것이 법 개정의 배경이다. 기업의 핵심 공정과 설계, 소재 정보가 해외 경쟁기업이나 국가기관에 넘어갈 경우 개별 기업의 피해를 넘어 국가 산업경쟁력과 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기존에는 산업기술보호법이나 부정경쟁방지법 등을 통해 처벌했지만 국가안보 차원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있었다.
확대된 법률은 외국 정부나 외국 단체를 위해 국가기밀을 탐지·수집·전달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 범위를 넓힌다. 수사기관은 행위자의 목적과 정보의 성격, 외국기관과의 관계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기술 유출 사건이 곧바로 간첩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일반적인 해외 협력이나 연구교류까지 위축되지 않도록 수사와 법원 판단에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산업계에서는 기술보호 효과에 기대를 나타내면서도 인재 이동과 국제 공동연구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반도체와 AI 연구는 해외 인력과 기업, 대학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보안규정이 지나치게 모호하면 정상적인 협업까지 위축될 수 있다. 기업 내부에서도 접근권한 관리와 퇴직자 보안, 해외출장과 파일 반출 절차를 보다 엄격하게 정비할 필요가 커졌다.
이번 제도 변화는 한국이 기술을 단순한 기업 자산이 아니라 경제안보 자산으로 보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미국과 유럽, 중국도 첨단기술과 데이터의 해외 이전을 국가안보 문제로 다루는 추세다. 법률의 실효성은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핵심기술을 명확히 분류하고 기업의 보안 역량을 높이며 정상적인 국제협력과 불법 유출을 구분하는 정교한 집행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