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장남이 공개한 e메일 '역풍'
07/13/17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39)가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캠프가 러시아와 공모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e메일을 공개했다.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벗어나려 공개했는데, 트럼프가 ‘러시아 스캔들’로 특검의 수사선상에 오른 상황에서 아들이 결정적 증거를 공개한 셈이 됐다. “카테고리 5(최고등급) 허리케인” “충격적 자백”이라는 반응 속에 민주당은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러시아와 접촉, 아버지에겐 말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11일(현지시간) 폭스뉴스의 <해니티>에 출연해 트럼프 캠프가 러시아 정부와 지난해 대선을 공모했다는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뉴욕 | AP연합뉴스
“러시아와 접촉, 아버지에겐 말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11일(현지시간) 폭스뉴스의 <해니티>에 출연해 트럼프 캠프가 러시아 정부와 지난해 대선을 공모했다는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뉴욕 | AP연합뉴스
트럼프 주니어는 11일(현지시간) 러시아 변호사 나탈리아 베셀니츠카야와 만남을 주선한 롭 골드스톤과 주고받은 e메일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지난해 6월3일 골드스톤은 한때 트럼프의 사업파트너였던 러시아 갑부 측의 부탁을 전하는 메일을 트럼프 주니어에게 보내, 베셀니츠카야를 만나보라고 제안했다. 러시아 정부 측 변호인인 베셀니츠카야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타격을 입힐 정보를 줄 거라고 귀띔했다. 양측의 만남은 6일 뒤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성사됐다.
이 회동은 지난 10일 뉴욕타임스 보도로 알려졌다.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트럼프 주니어는 메일 내용을 공개했지만 오히려 거센 역풍을 맞았다.
골드스톤은 메일에 “러시아 검사가 힐러리를 유죄로 만들 공문서와 정보를 주겠다고 했다”고 썼다. “매우 민감한 고급정보로, 트럼프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지원의 일환”이라고 못 박았다. 트럼프 본인에게 직접 보내기에는 “너무 민감해” 먼저 아들에게 전하는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메일을 공개하면서 “만나보니 베셀니츠카야는 정부 직원도 아니었고 아무 정보도 주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트럼프 주니어는 당시 메일을 받고 몇 분 만에 “당신이 말한 대로라면 좋다(I love it)”는 답장을 보냈다. 제 입으로 러시아 정부 측 인사를 만나 클린턴에게 불리한 정보를 받으려 했다는 것을 시인한 꼴이 됐다. 러시아의 대선 개입 시도를 알고 있었고 나아가 ‘협업’하려 했다는 것을 털어놓은 셈이다. 게다가 트럼프 주니어는 메일로 회동 일정을 조율하면서 “폴 매나포트 선대본부장과 매제 재러드 쿠슈너도 함께 가겠다”고 알렸다. 대선 캠프 차원에서 일어난 일임을 보여준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캠프가 러시아 정부와 결탁했음을 알리는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을 특검에 보낸 것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측 인사는 “5등급 허리케인”이라고 표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법률전문가의 말을 인용, “범죄 공모를 털어놓은 충격적 자백”이라고 평가했다.
클린턴의 러닝메이트였던 팀 케인 상원의원은 “러시아 스캔들이 사법방해를 넘어 반역 혐의로까지 흘러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베셀니츠카야가 실제 러시아 정부와 연결돼 있던 게 아니라면 반역죄까지 성립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트럼프 주니어가 ‘합법적 경계(legal line)’를 넘어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조지 W 부시 정부 백악관에서 윤리 변호사로 일한 리처드 페인터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정치 캠페인에 외국으로부터 돈을 받거나 편의를 제공받는 건 불법”이라며 “문제의 e메일에 표현된 정보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트럼프 본인이 알았느냐는 것이다. 트럼프 주니어는 이날 폭스뉴스에 나와 아버지에게는 “말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는 12일 오전 트위터에 “지난밤 내 아들은 아주 잘했다. 그는 열려 있고, 투명하고, 결백하다”며 “정치 역사상 최악의 마녀사냥이다. 슬프다(sad)”라고 올렸다. 차남 에릭은 12일 트위터에 “저들이 우리 가족을 악랄하게 공격한다”고 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