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코로나 사태, 소극적 검사로 뒤늦게 확진자 급증 ...의료체계 붕괴 위기

일본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최근 빠른 속도로 늘어나 1만명을 넘어섰다.

이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도쿄도(東京都) 등 7개 광역자치단체에 국한해 선언했던 긴급사태를 전국(47개 광역자치단체)으로 확대한다고 16일 발표했다.

일본에서 뒤늦게 감염자가 급증하기 시작한 것은 초기 소극적인 코로나19 대응이 초래한 결과라는 지적이 많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집단 감염 사태로 홍역을 치른 일본은 2월 17일 코로나19 검사 기준을 제시했다.

'37.5℃ 이상 발열 나흘 이상'으로 대표되는 일본의 코로나19 검사 기준은 이때 정립됐다.

3천700여명에 달하는 크루즈선 탑승자의 20%가 감염됐을 정도였던 코로나19의 무서운 전염성을 확인한 일본은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어렵게 하는 정책을 선택한 것이다.

이후 드러난 일본의 코로나19 검사 기준은 당시 일본 후생노동성이 공식적으로 밝힌 기준보다 더 엄격했다.

도쿄도(東京都) 의사회가 지난달 26일 작성해 일선 의사들에게 배포한 문서를 보면, '37.5℃ 이상 발열'은 물론 '동맥혈 산소포화도(SPO2) 93% 이하', '폐렴 증상' 등 3가지가 코로나19 검사 기준으로 제시돼 있었다.

해당 문서를 주간아사히에 제보한 의사는 "산소포화도 93%는 '쌕쌕', '하하' 소리를 내며 죽을 정도로 괴로운 상태"라고 설명했다.

지나치게 엄격한 코로나19 검사 기준을 제시한 것은 '굳이 경증자나 무증상자까지 모두 찾아내 코로나19 환자 수를 키울 필요는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쏟아지는 환자를 모두 병원에 수용하면 원내 집단 감염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 의료체계가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이유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7월 24일 개막 예정이었던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의 정상 개최를 위해 일본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는 것을 피하고 싶은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었을 공산도 크다.

도쿄올림픽은 아베 총리가 유치 단계부터 공을 들여왔을 뿐만 아니라 장기 집권 중인 그의 최대 정치적 유산이 될 대형 이벤트였다.

그러나 도쿄올림픽은 일본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해서가 아니라 중국에 이어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해 결국 3월 하순 '1년 연기'가 공식 결정됐다.

도쿄올림픽 연기 결정 이후 일본의 코로나19 검사 건수는 이전에 비해 크게 늘었다.

후생성 자료를 보면 2월 18일부터 3월 29일까지 일본의 하루 코로나19 검사 건수는 505건~2천542건이었지만, 3월 30일부터 4월 14일까지는 하루 3천161건~7천841건이었다.

검사 건수를 늘리자 확진자 수도 급격히 늘어났다.

NHK 집계 결과를 보면, 크루즈선 탑승자를 제외한 일본 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3월 29일 1천894명에서 4월 16일 9천296명으로 5배로 늘었다.

그러나 일본은 여전히 코로나19 검사를 적극적으로 실시하지는 않는 편이다.

1월 15일부터 4월 15일까지 일본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사람은 8만1천825명으로 한국(53만8천775명)의 15% 수준이다.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검사하면 코로나19 감염자가 더 드러나겠지만, 이제는 감염증 대응에 취약한 일본 의료체계가 발목을 잡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 코로나19 검사의 70% 가까이는 보건소에서 이뤄졌다.

감염증 대응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보건소는 1992년 852곳에 달했지만, 2019년 기준 472곳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공공부문 개혁 등을 이유로 공적 의료기관을 통폐합한 결과, 현재 감염증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친 아베 성향으로 알려진 정치 저널리스트 타사키 시로 씨는 지난 6일 아사히TV에 출연해 "(코로나19) 검사 장소는 보건소가 중심이 돼 나누고 있다. 지금 가장 힘든 곳은 보건소"라며 "(보건소 수는) 정점과 비교해 절반 정도 줄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것은 일본 전체가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보건소 통폐합은 2012년 2차 아베 정권 출범 이전부터 시작된 것이어서 아베 총리의 책임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에 위기감을 갖고 이에 대응해 의료체계를 정비하지 않은 것은 아베 총리의 책임이다.

이웃 나라인 한국에선 진작부터 보건소와 대학병원 등에 선별 진료소를 설치해 적극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경증자를 생활치료센터로 보내 격리하는 조치 등을 취했지만, 일본 정부는 이런 정책을 채택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일본 정부가 그토록 우려했던 의료체계 붕괴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많다.

보건소가 감염자의 이송처를 조정하는 시스템은 사실상 파탄 난 상태이고, 코로나19 감염자를 수용하는 감염증 지정 병원과 대형 병원도 밀려드는 환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병원 내 감염을 우려해 코로나19 의심 환자 수용을 거절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아베 총리의 코로나19 대응은 소극적이었고, 뒷북 대응으로 일관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요라 마사오 마이니치신문 편집위원은 지난 8일 '왜 이런 어리석은 대책을'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아베 총리의 긴급사태 선언과 긴급 경제대책 등에 대해 "모두 늦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베 총리가 올림픽 연기 결정 전까지 "일본은 괜찮다"라는 점을 어필하기 위해 고의로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낙관적 입장을 보인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러면서 최소한 아베 총리의 어정쩡한 태도가 일본 국민 사이에 코로나19의 위기감이 퍼지지 않게 한 요인이 된 것은 틀림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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