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살인사건'10월 초 재판 재개 최대 쟁점은?

'이태원 살인사건' 피의자인 패더슨이 송환 됨으로써 국내 법원에 계류 중이던 이태원 살인 사건의 재판이 4년만에 다시 열리게 됐다.


이 사건에서 최대 쟁점은 20년이 지난 고 조중필씨의 부검 결과를 법원이 어느 수준까지 인정하느냐에 있다.패더슨은 아직도 자신의 범죄 사실을 부인하면서 애드워드 리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23일 오전 한국에 도착한 패더슨은 살인 혐의를 인정하냐는 질문에 "아니다"고 일축해 여전히 범죄를 시인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패터슨이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데다, 사건 발생 뒤 워낙 오랜 시간이 흘러 재판부나 검찰이 관련 증인들의 진술을 제대로 끌어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패터슨의 변호인은 재판에서 당시 에드워드 리를 살인죄로 기소했던 핵심적인 이유인 법의학적 판단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것으로 보인다.


18년전 패터슨과 에드워드 리가 서로를 범인이라고 지목했을 때 결정적으로 희비가 갈린 것은 법의학적 판단이었다. 키가 큰 조중필씨를 단기간에 제압하고 목 부위를 위에서 아래로 찌를 수 있었던 것은 키가 큰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는 법의학자의 판단이었다. 아더 패터슨은 170cm가 채 되지 않는 작은 신장인 반면, 에드워드리는 키가 180cm가 넘고 몸무게가 100kg이 넘는 거구였다.하지만 이런 법의학자의 견해와는 달리 패터슨이 진범이라는 정황 증거는 많다.


사건 직후 주한미군 범죄수사대(CID)는 패터슨이 살인사건의 범인이라는 익명의 제보를 접했다. 제보를 확인한 CID는 평소 패터슨이 자신의 칼(휴대용 잭나이프)을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다녔고, 매우 다혈질에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성격의 소유자라는 주변 지인들의 진술을 확보했다.


특히 패터슨이 전날 밤 사건이 발생한 햄버거 가게 건물 4층 술집에서 열린 파티에 참석했다가 밤 11시가 넘은 시간에 친구 둘과 햄버거 가게로 내려와 칼을 꺼내 햄버거를 자르며 사람도 죽일 수 있다고 과시한 사실도 확인했다. CID는 패터슨을 체포해 신문했고, 혐의 사실을 상당부분 확인해 한국 수사 기관에 넘겼다. 범행 당시 썼던 흉기를 패터슨이 갖고 있다가 미 8군 영내 하수구에 버린 사실도 확인했다.


미군 CID가 패터슨을 범인으로 지목했던 가장 큰 이유는 그가 히스패닉계 갱단인 '노르테 14'의 조직원이라는 증거들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노르테 14’는 LA와 북부 캘리포니아 일대에서 유명한 히스패닉 갱(Gang) 조직이다. 붉은 두건과 붉은색 옷을 입고 다니며 왼손에 점 4개의 문신을 새겨 조직원임을 표시한다. 미군 CID는 패터슨이 이런 갱단 조직원이던 것을 주의깊게 봤다.


반면 에드워리 리는 상대적으로 온순하고 수동적인 성격에 칼을 소지하거나 사용한 적이 없다. 또 용의 선상에 올라있지 않은 상황에서 사건 이튼날 부모와 함께 CID에 자수했다. 패터슨의 체포 장면이 방송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것을 본 그의 아버지가 에드워드 리를 추궁해 현장에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자수를 시킨 것이다.


피해자 유족을 대리하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하주희 변호사는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패터슨의 진범이라는 판단이 가능한데 검찰의 잘못된 오판으로 여기까지 왔다“며 "기록들로 확인된 사항들을 바탕으로 패터슨이 살인죄로 처벌받아 유족들의 한을 풀어주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4월 서울 이태원의 한 패스트푸드점 화장실에서 조중필(당시 22세)씨가 흉기로 살해된 채 발견됐다. 당시 화장실에는 패터슨과 그의 친구인 재미동포 에드워드 리(36)가 함께 있었다. 이들은 범행 당시 각각 18세의 청소년들이었다.


수사 과정에서 패터슨과 에드워드 리는 서로 상대편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결국 검찰은 법의학적 소견과 거짓말 탐지기 반응 여부 등을 감안해 에드워드 리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내리고 그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반면 패터슨은 증거인멸 및 흉기소지 혐의 등만 적용돼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1998년 9월 법원이 증거 부족을 이유로 에드워드 리에게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사건은 반전을 맞았다.


검찰은 뒤늦게 패터슨을 진범으로 판단하고 수사를 재개했으나 패터슨이 1999년 8월 검찰이 출국금지 기간을 연장하지 않은 틈을 타 미국으로 도주하면서 사건 해결의 기회를 놓쳤다. '범인 없는 살인'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이 사건은 2009년 9월 영화로도 만들어져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진범을 찾아 처벌해야 한다'는 거센 여론 속에 법무부는 그해 10월 미국 당국에 범죄인인도 요청을 했고 패터슨은 2011년 5월 미국 수사당국에 체포돼 재판에 회부됐다. 검찰도 같은해 12월 패터슨을 다시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살인죄 공소시효(15년) 만료를 불과 4개월여 앞둔 때였다.


이듬해 10월 미국 법원이 범죄인 인도 허가를 결정하자 패터슨은 인신보호청원을 제기하는 등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었지만 1심과 항소심, 뒤이은 재심에서마저 패해 국내 송환이 성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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