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 한국 상륙...국내 카드업계 고민은?

02/07/23

간편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가 이르면 내달 출시될 것으로 보이면서 국내 카드사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현대카드가 애플페이의 '배타적 사용권'을 포기했지만, 실질적으론 독점에 가까운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해서다. NFC 단말기 설치 및 결제 수수료 등의 문제도 애플페이 도입의 현실적인 장벽으로 꼽힌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지난 3일 법률 검토를 마치면서 이르면 내달 애플페이의 출시가 유력해졌다.

애플페이는 삼성페이와 같은 간편결제 서비스다. 그간 현대카드가 주축으로 애플페이의 독점 도입을 추진해왔지만, 여신전문금융업법 등에 막혀 도입이 미뤄진 바 있다. 다만 금융위원회가 애플페이 시스템 구축을 위해 NFC 단말기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이 여전법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리면서 국내 도입이 가능해졌다.

국내 카드업계는 애플페이를 통한 오프라인 결제 시장이 사실상 현대카드의 독점 시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카드가 '배타적 사용권'을 포기했지만, 그간 애플과 이어온 협의를 바탕으로 결제 인프라를 미리 구축해뒀기 때문이다.

A 카드사 관계자는 "영원한 독점은 없지만, 국내 카드사가 애플과 협의하는 물리적 시간 등을 고려하면 현대카드가 충성심 있는 고객들을 미리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며 "굳이 형식상 독점이 아니어도 단물을 빨리 뽑는 것"이라고 말했다.

덩달아 카드업계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현대카드의 선제적 진입, 단말기와 수수료 등 비용을 고려하면 당장은 지출이 큰 사업이기 때문이다.

NFC 단말기가 대표적인 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단말기 설치엔 한대당 20만 원 상당의 비용이 들어간다. 국내 신용카드 가맹점 290만 개 가운데 애플페이와 호환되는 NFC 단말기를 보유한 곳이 10% 미만에 불과하다.

이 관계자는 "한 단말기로 많은 고객을 상대하는 프랜차이즈 기업은 자의로 도입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며 "다만 일반 가맹점까지 NFC 단말기가 원활히 공급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수료도 문제다. 애플 측은 과거 여신금융협회를 통해 카드사와 접촉했을 때부터 결제 건당 수수료를 요구했다. 애플 측이 요구하는 수수료는 결제액의 0.1~0.15%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애플페이를 통해 이용하는 대중교통 수수료가 문제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카드사가 현재 교통카드 사업을 수익성이 없는데도 부가서비스로 유지하고 있는 만큼 수수료 문제가 애플페이의 대중교통 서비스 진출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B 카드사 관계자는 "사실 애플페이의 도입은 시장이 확대되는 게 아니라 카드사의 제살깎아먹기에 가깝다"며 "고객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나서겠지만, 애플페이 도입으로 얻어낼 만한 게 크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고 설명했다.

또 "대중교통은 특히나 카드사가 현재 일부 손해를 보고 있음에도 고객을 위해 서비스해주는 개념이 크다"며 "수수료가 가장 우선으로 해결돼야 애플페이의 도입도 원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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