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 한국무역협회장에 내정

김인호(72)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제28대 한국무역협회장에 내정됐다. 무역협회 회장단은 17일 김인호 전 수석을 한덕수 현 회장 후임에 추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1997년 말 외환위기 발생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김 내정자는 18년 만에 화려하게 부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전 수석은 오는 26일 무역협회 정기총회에서 차기 회장에 공식 선임된다. 그는 4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국장, 경제기획국장, 차관보 등을 거쳐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7년 경제수석을 지냈다.


김 전 수석은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인연이 깊다. 그는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초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일하면서 김영삼 대통령을 보좌했다. 당시 김 수석의 비서로 일했던 사람이 바로 최경환 부총리이다.

최 부총리는 김 전 수석이 1997년말 외환위기 책임자 중 한명으로 몰려 검찰 수사와 법원의 재판을 받을 당시, 김 수석을 위해 각계 각층의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구명운동’을 벌였다. 민심이 김 수석을 떠난 상황에서도 상관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의리’를 보여준 것이다. 이번에도 최 부총리가 옛 상관인 김 전 주석을 챙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내정자는 노태우 정부 시절에는 대외경제조정실장을 맡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남북경협 등의 난제를 무난히 처리했다. 또 조순 경제부총리를 도와 금융실명제, 토지공개념 도입 등을 추진했다.

노태우 대통령은 대선 공약이던 금융실명제를 1991년 1월 1일부터 전면 실시한다고 1988년 10월 발표했다. 하지만 1990년 경제 여건 악화로 실시를 무기한 연기했다. 김 내정자가 추진했던 금융실명제는 김영삼 정부 첫해인 1993년에 전격 실시됐다.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환경처 차관, 철도청장, 소비자보호원장, 공정거래위원장 등을 지냈다.

이후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일하다가 외환위기를 만났다. 김 내정자는 서울대 법대 선배인 강경식 부총리와 함께 경제팀을 이루고 있었다. 당시에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되면서 경제의 대외부문에 큰 문제가 생겼으나 경제팀은 금융개혁과 생산성 향상 등 구조조정을 통해 탈출을 시도했다.

하지만 구조조정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아시아 금융위기가 홍콩을 거쳐 한국에 상륙했다. 당시 김 내정자 밑에서 일하던 윤진식 금융조세비서관은 상관들이 금융위기의 심각성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 상사를 제치고 김영삼 대통령을 독대해 외환 상황이 심각하다는 보고를 했다. 김 내정자와 강경식 부총리는 모두 거시경제동향과 경제기획을 다루는 경제기획원 출신인 반면, 윤 비서관은 금융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재무부 출신이어서 감각에 차이가 있었다. 

김 내정자와 강 부총리는 외환위기의 책임 때문에 검찰 기소를 받았다. 외환위기의 실상을 축소 보고한 혐의(직무유기)였다. 그러나 2004년 대법원은 두 사람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인호 내정자는 시장경제 신봉자이다. 그는 공정거래위원장 시절에도 집무실에 "경쟁이 꽃피는 시장경제"라는 액자를 걸어놓을 만큼 시장경제 원리를 중시했다. 재판이 끝난 이후 '김인호 시장경제연구소'를 만들어 시장경제 이념을 전파하고 다녔다. 경제기획원과 공정거래위원회에 근무하던 젊은 시절의 소신을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유지했다.

김 내정자는 외환위기 이후 세간의 관심에서 사라졌다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다시 등장했다. 김 내정자가 박 대통령의 취임사 작성에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등과 같이 조언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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