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정상회의 이후 유럽, 미국 의존 안보 공식 흔들린다

나토 정상회의 이후 유럽, 미국 의존 안보 공식 흔들린다

나토 정상회의 이후 유럽 안보의 오래된 전제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의 보호가 언제나 자동으로 작동한다는 믿음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하기 어려운 외교 스타일 속에서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트럼프는 회의장에서 동맹의 단합을 강조하면서도 스페인에 무역 조치를 경고하고, 그린란드 문제를 다시 언급하며, 유럽 내 미군 배치와 방위비 부담을 거래의 언어로 다뤘다. 겉으로는 나토 5조 집단방위 약속을 재확인했지만, 유럽이 받아들인 메시지는 더 분명했다. 미국은 여전히 핵심 동맹이지만, 유럽이 더 이상 안보 비용을 미국 정치의 변동성에 맡길 수 없다는 것이다.

유럽 국가들이 추진하는 방위비 증액은 이 흐름의 결과다. 일부 회원국은 장기적으로 국내총생산의 5% 수준까지 방위 지출을 끌어올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탱크와 전투기를 더 사겠다는 뜻이 아니다. 미사일 방어망, 탄약 생산, 드론 방어, 위성 감시, 사이버 안보, 방산 공급망을 모두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럽이 평화 배당의 시대를 너무 오래 누렸다는 사실을 드러냈고, 미국 정치의 불확실성은 그 각성을 더 빠르게 만들었다.

하지만 유럽의 자율 방위는 말처럼 쉽지 않다. 프랑스는 전략적 자율성을 오래 주장해 왔지만, 동유럽 국가는 미국의 군사력과 핵우산을 여전히 가장 신뢰한다. 독일은 재무 부담과 산업 역량 사이에서 속도를 조절해야 하고, 스페인처럼 높은 목표치에 반발하는 국가도 있다. 공동 조달과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방위비 증액은 각국 기업을 지원하는 분산된 예산으로 흩어질 수 있다. 유럽이 진짜 자율성을 얻으려면 돈만이 아니라 지휘 구조와 정치적 결단을 함께 맞춰야 한다.

미국 입장에서도 나토 재편은 양날의 검이다. 유럽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면 미국은 인도·태평양과 중동에 더 많은 자원을 돌릴 수 있다. 그러나 유럽이 독자 노선을 강화하면 미국의 대서양 영향력도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트럼프식 외교는 동맹을 비용 분담의 계약처럼 다루지만, 안보 동맹은 신뢰가 핵심 자산이다. 회원국이 미국의 발언 하나하나를 보험료 계산처럼 해석하게 되면, 나토의 억지력은 수치보다 심리에서 먼저 약해질 수 있다.

이번 정상회의의 의미는 나토가 해체된다는 것이 아니라 나토 내부의 힘의 배분이 바뀐다는 데 있다. 유럽은 미국을 대체할 수 없지만, 미국만 바라볼 수도 없다. 러시아는 이 균열을 이용하려 하고,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결단 속도에 생존을 걸고 있다. 앞으로 유럽 안보의 관건은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독자적 방어 능력을 얼마나 현실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느냐다. 나토의 다음 과제는 공동성명보다 생산 라인, 예산, 국민 설득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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