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카라 NATO 회의, 방위비와 동맹 균열 동시 노출

NATO 정상회의가 터키 앙카라에서 열리며 유럽 안보의 새 방향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됐다. 회의장에서는 수백억 달러 규모의 방위산업 계약과 유럽 회원국의 군비 증강 계획이 부각됐지만,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부 동맹국의 이란 대응과 방위비 부담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으면서 동맹 내부의 균열도 함께 드러났다. 이번 회의는 우크라이나 전쟁, 러시아 위협, 중동 불안, 중국의 군사 기술 확장이라는 다중 압박 속에서 진행됐다는 점에서 단순한 연례 정상회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핵심 의제는 방위비와 산업 생산 능력이다. 유럽은 장기간 미국의 군사력에 의존해 왔지만, 미국 내 여론과 행정부의 압박은 동맹의 비용 구조를 바꾸라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NATO 사무총장단은 방위산업 생산량 확대와 탄약, 드론, 감시 자산 확보를 강조했고, 터키는 개최국으로서 자국 방산 산업의 존재감을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미국산 장비 구매와 유럽 자체 생산 확대가 동시에 논의되면서 안보 협력과 산업 경쟁이 한 회의장 안에서 맞물리는 장면이 연출됐다.

정치적 긴장은 더 복잡하다. 미국은 유럽 주요국이 이란 문제에서 충분히 강한 지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시했고, 유럽은 우크라이나 지원과 대러 억지에서 이미 큰 부담을 지고 있다고 반박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그린란드 관련 발언과 터키 제재 해제, F-35 판매 재개 가능성까지 겹치며 회의 메시지는 단일하지 않았다. 동맹은 외형상 결속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각국이 자국 산업과 선거, 재정 여건을 계산하며 방위비 확대의 속도와 방향을 조율하고 있다.

이번 회의의 결과는 한국과 아시아에도 간접적 영향을 준다. 유럽의 방위비 확대는 글로벌 방산 공급망을 재편하고, 드론과 탄약, 위성 감시 분야 수요를 키울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미국이 유럽에서 부담을 줄이고 인도태평양에 더 많은 전략 자원을 투입하려 한다면 한반도와 대만 해협의 안보 계산도 달라질 수 있다. NATO의 메시지가 강할수록 러시아와 중국, 이란, 북한은 상호 협력의 필요성을 더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앙카라 회의의 본질은 무기 계약 규모가 아니라 동맹이 비용과 위험을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재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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