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EU 무역협상 앞두고 국가주도 모델 방어
08/03/26중국의 국가주도 성장모델이 미국과 유럽연합과의 무역협상을 앞두고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중국 지도부는 첨단제조업과 기술 자립, 산업 고도화를 성장의 중심에 두는 기존 전략을 유지하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서방의 공급과잉 비판을 받아들여 구조를 크게 바꾸기보다 일부 과도한 투자만 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유럽은 중국의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 철강과 기계제품이 정부 보조금과 금융지원을 바탕으로 과도하게 생산된다고 주장한다. 값싼 중국산 제품이 해외시장에 대량 유입되면 현지 기업의 수익성과 고용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관세와 반보조금 조사, 원산지 규정 강화가 협상 카드로 사용되고 있다.
중국은 산업정책이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당한 수단이라고 반박한다. 과잉생산이 아니라 세계의 녹색전환과 디지털화를 지원하는 경쟁력 있는 공급이라는 논리다. 희토류와 배터리 소재, 대형 내수시장은 협상에서 중국이 가진 중요한 지렛대다.
중국 경제가 소비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하기 어려운 점도 배경이다. 부동산 침체와 지방정부 부채, 가계의 높은 저축 성향 때문에 내수가 충분히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제조업 투자를 급격히 줄이면 고용과 지방경제가 흔들릴 수 있어 정부는 산업 지원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기업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동남아시아와 중동, 중남미에 생산기지를 확대하고 있다. 현지 공장은 시장 접근성을 높이지만 원산지 규정과 환경·노동 기준, 현지 산업 보호를 둘러싼 새로운 갈등을 만들 수 있다. 단순한 수출 우회가 아니라 현지 고용과 기술이전을 포함한 투자모델이 필요하다.
이번 협상의 성과는 관세율을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보조금과 생산능력, 시장 접근에 관한 검증 가능한 규칙을 만드는 데 달려 있다. 중국과 서방이 상대의 경제구조를 단기간에 바꾸려 하면 갈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투명한 지원 기준과 단계적 조정이 세계 무역의 충격을 줄이는 현실적인 해법이다.
서방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보장받는지, 중국 기업이 해외에서 동일한 규칙을 적용받는지도 협상의 중요한 시험대다. 상호주의 원칙을 구체화해야 갈등을 줄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