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인 베트남 생산 실험 후퇴…중국 공급망 경쟁력 재확인
08/12/26글로벌 패스트패션 기업 쉬인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추진했던 베트남 생산 확대 실험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하면서 중국 공급망의 경쟁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쉬인은 주요 중국 협력업체에 베트남 생산기지 구축을 권장했지만 실제 운영 과정에서 원단과 부자재 조달, 숙련인력, 납기와 품질관리 문제가 나타났다. 단순히 공장 임금이 낮은 지역으로 생산을 옮기는 것만으로 중국에서 구축한 초고속 생산체계를 복제하기 어렵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쉬인의 사업모델은 소량의 제품을 빠르게 생산한 뒤 온라인 판매 반응에 따라 주문량을 즉시 늘리는 방식에 의존한다. 이를 위해서는 원단과 부자재 업체, 봉제공장, 물류와 데이터시스템이 지리적으로 가깝고 유연하게 연결돼 있어야 한다. 중국 남부의 산업집적지는 수천 개의 공급업체가 짧은 시간 안에 주문을 처리할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관세와 무역정책은 쉬인 같은 기업이 생산기지를 다변화하도록 압박한다. 특정 국가에 생산이 집중돼 있으면 관세나 수입규제, 정치적 갈등이 발생할 때 사업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생산을 여러 국가로 나누면 관리비용과 운송거리, 품질 차이가 커질 수 있다.
베트남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의류와 신발, 전자제품 분야에서 베트남은 이미 세계적인 생산기지로 성장했고 중국 기업도 베트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다만 쉬인처럼 주문 주기가 매우 짧고 제품 종류가 많은 기업에는 단순한 대량생산 능력보다 공급업체 간 연결속도가 더 중요하다.
이번 사례는 기업의 중국 탈피가 예상보다 느리고 복잡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공급망은 공장 건물 하나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원재료와 기술인력, 물류, 금융, 품질관리와 데이터시스템이 오랜 기간 쌓이며 형성된다. 관세와 정치적 압력 때문에 생산지 다변화는 계속되겠지만 중국 제조업의 산업집적 효과를 완전히 대체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공급망 다변화의 성패는 현지 협력업체가 얼마나 빨리 품질기준과 디지털 주문체계에 적응하는지에 달려 있다. 생산거점을 옮기더라도 원단과 부자재를 중국에서 계속 들여와야 한다면 운송거리만 늘고 지정학적 위험은 충분히 줄지 않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