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제로 금리 유지....'신뢰'를 잃었나?
09/18/15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7일(현지시간) 대외 경제의 불안이 커짐에 따라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연준의 신뢰도는 이미 크게 훼손됐다.
미국 뿐만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연준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전례 없는 대혼란이 초래되면서 시장의 불안이 크게 증폭됐던 데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과거 연내 금리 인상을 공언했지만, 이것이 이행 가능한지를 놓고 의구심만 커졌기 때문이다.
연준이 수개월 전부터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를 미세조정하고 경제 지표에 따라 금리 인상을 결정하겠다는 뜻을 고수하며 금리 인상에 대한 공감대를 쌓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결국 시장과의 소통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금리결정을 앞두고 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동결 전망이 소폭 우세해진 상황에서 금리를 동결한 것이 시장의 전망을 따라갔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신한금융투자의 이경수 수석 스트래티지스트는 이날 보고서에서 "연준이 신중함을 얻고 신뢰를 잃었다"면서 "이번 결정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 연준, 시장과 소통 부족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한 달 앞둔 8월 초만 해도 시장에서는 9월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러나 7월에 이어 8월에도 중국 주식시장이 폭락을 거듭하고 신흥국 통화가치도 폭락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엄청난 충격이 가해졌다.
중국의 기습적인 위안화 절하에다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아시아와 유럽, 미국의 금융시장에 패닉이 나타나면서 이 때부터 연준이 금리를 올리기 어렵게 됐다는 전망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그러나 연준 관계자들이 통화정책에 대한 의견 표명을 삼가는 '블랙아웃' 기간이 시작되기 전까지의 발언을 통해 금리 결정과 관련해 서로 엇갈리는 모습을 보이며 시장에 어떤 명확한 시그널도 주지 못했다.
세계 금융시장이 앞으로 더 큰 위기에 빠질지도 연준도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컨트롤타워를 잃은 시장의 혼란만 더 가중된 꼴이다.
연준이 갈팡질팡하는 사이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과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연준의 금리 인상을 극구 말렸고, 일부 신흥국들은 불확실성을 없애달라며 금리 인상을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연준이 과거 소통 부족이 낳은 결과를 모르지 않기에 '연준 책임론'은 더 뼈아프다.
1994년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이게 연준은 시장의 예상을 벗어난 속도로 금리를 올리면서 금융시장에 충격을 줬다.
이는 미국 채권시장에 '대학살(Bloodbath)'이라고 불릴 만큼 강한 충격을 줬고, 멕시코와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위기를 초래한 원인으로 꼽힌다
2013년 6월에도 연준이 양적완화 출구전략 시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자 예상치 못한 충격에 세계 금융시장은 '긴축 발작(테이퍼 탠트럼)'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 연준 연내 금리인상 가능할까
연준의 금리 인상이 영원히 가능하기는 할까. 연준의 금리 동결과 비둘기파적 성명에 대한 일부 시장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연준이 오래전부터 예고해온 금리 인상을 미루면서 연준이 어떤 원칙을 가지고 금리 인상에 나서는 것인지 연내에 한다고는 했지만, 내년까지 미뤄지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유니크레디트의 글로벌 대표 이코노미스트 에릭 닐슨은 연준의 금리 결정 전 발언을 통해 "연준이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든다는 의견에 점점 동조하게 된다"면서 "이달에 금리 인상을 건너뛴다면 내년까지 내내 시장이 혼란에 빠지는 위험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연준이 옐런 의장의 '비둘기파적인 리더십' 아래에서 도대체 금리인상이 가능하기는 한 걸까라는 의문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옐런 의장은 이날 금리 동결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최근 들어 해외 경제전망이 더욱 불확실해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중국과 다른 신흥시장경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야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해외의 불안이 연준의 발목을 잡았음을 시인하면서도 "10월도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다"면서 연내 금리 인상 여지를 열어놓는 것을 잊지 않았다.
경제전문방송 CNBC는 이날 논평을 통해 옐런 의장이 연준의 2가지 임무를 3개로 늘렸다며 고용창출과 물가 안정, 그리고 세번째로 '다른 모든 것(글로벌 경제 및 금융상황)'을 집어넣은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메시로우 파이낸셜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발표한 것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경제 전망과 물가 전망을 하향 조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비둘기파가 늘었고, 이들의 목소리가 매파보다 세졌다는 것"이라면서 "연준이 올해 안에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생겼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 가능성은 전보다 더 커졌다"고 주장했다.
호주 소재 유레카리포트의 애덤 카 이코노미스트는 '더오스트레일리안' 기고를 통해 연준이 올해에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못할 가능성이 점점 확실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글로벌 불확실성이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인플레이션이 오를 것 같지도 않다"면서 연준이 '더 오래 저금리 기조'를 정당화하는 데 쓸 수 있는 배경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