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갈등 속 한일수교 55주년…아베정부 올바른 역사관이 출구다

정부가 '군함도'(하시마·端島) 등 일본 근대산업시설 23곳에 대한 세계유산 등재 취소를 유네스코에 공식 요구하기로 했다. 박양우 문화체육부 장관 명의의 서한을 이달 안으로 발송한다고 한다. 일본 정부가 지난주 공개한 유네스코 산업유산정보센터 내 군함도 관련 전시에서 약속과 달리 강제동원 사실을 기재하지 않고 오히려 근대 산업화를 미화했기 때문이다. 등재될 당시의 약속을 대놓고 무시한 행위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처사다. 일본의 무도한 역사 왜곡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국제사회를 상대로도 거짓말을 한 셈이어서 충격적이다. 22일 한일 국교 정상화 55주년을 맞았는데도 일본의 역사 인식 수준과 한일 관계의 현주소는 이 지경이다. 한일 관계는 과거사 충돌에서 시작돼 경제, 안보 분야에 이르기까지 출구가 좀처럼 안 보이는 최악의 수준에 직면했다. 갈등의 근본 원인은 우경화의 길을 걷는 아베 신조 총리 정권의 과거사 부정과 책임 회피다. 한반도 식민 지배가 합법적이었다는 인식과 함께 강제노역 등 제국주의 강압 통치의 역사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도움을 줬다며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태도다.

지난해 양국의 갈등을 고조시킨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 발표도 다음 달 1일이면 1년이 된다. 한국의 수출관리가 부실하다는 핑계를 댔지만, 근본 배경에는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노역 배상 판결이 있다. 아베 정부는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배상 문제가 종결됐다고 주장하지만, 한국 대법원의 판단은 피해자 개인들의 위자료 청구권은 청구권 협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과거 일본 고위 당국자도 인정한 '개인 청구권 유효'를 외면하는 아베 정부의 인식 탓에 최근 한국 법원은 대법원판결에 근거해 압류한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을 강제 매각하는 절차를 재개했다. 접점에 조금이라도 수렴하기는커녕 양국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형국이다. 지난해 문희상 당시 국회의장이 와세다대 특강에서 이른바 '1+1+α'(한국기업·일본기업·국민의 자발적 성금) 방안을 제시하는 등 피해국인 한국에서 오히려 적극적으로 중재안을 내놨다. 설령 일본 쪽에서 설득력 있는 중재안이 제시된다 해도 역사관을 올바로 정립하지 않는 한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다. 아베 정부가 이제라도 역사를 직시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해원과 용서의 길은 훨씬 넓어진다. 아울러 식민 지배를 미화하는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와 맥을 같이하는 국내의 일부 편협한 역사 인식을 경계한다.

우리 정부의 거듭된 수출규제 철회 촉구에도 일본의 반응이 없자 정부가 지난 18일 세계무역기구(WTO)에 패널 설치 요청서를 발송했다. 한국의 WTO 제소로 한일 간 법적 분쟁이 본격화한 국면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11월 일본 압박 카드였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통보의 효력을 유예하고 WTO 제소 절차도 중단하는 성의를 보인 바 있다. 이후 일본이 주장하는 수출관리 미비점을 정비했지만, 일본의 호응이 없어 WTO로 가게 된 것이다. 한국의 WTO 제소에 아베 정부는 유감 표명과 함께 대화로 해결하자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대화를 안 한 것도 아닌데 이제 와서 또 대화하자는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일본의 경제보복을 포함한 한일 관계 악화는 궁극적으론 과거사를 청산하지 않고선 풀 수 없는 숙제다. 19년 전 선로에 추락한 일본인 취객을 구하다 숨진 이수현 의인의 어머니가 일본 신문 인터뷰에서 한 말이 울림을 준다. 어머니는 강제노역과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사과를 요구하며 '진지한 마음으로'를 특히 강조했다고 한다. 국내외 비판에 귀를 닫고 우경화 정책을 펴는 아베 정부가 귀담아들어야 할 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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