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어바인 산불에 한인들 LA의 호텔, 친지·친구 집으로 대부분 대피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 인근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서 현지 한인들이 황급히 피난길에 올랐다.

어바인을 관할하는 오렌지 카운티 당국이 혹시 모를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긴급 대피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권석대 오렌지 카운티 한인회장은 27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어바인을 비롯한 산불 영향권의 한인은 5천 가구에 육박한다며 "전화 연락이 닿은 사람은 모두 피난길에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어바인 노스우드 지역에 거주하는 박 모 씨도 "어제 옷가지 등만 급하게 챙겨 집에서 빠져나왔다"고 전했다.

한인들을 피난길로 내몬 '실버라도 파이어'는 26일 아침 어바인 북동쪽 산티아고·실버라도 캐니언에서 발화했고, 샌타애나 강풍을 타고 순식간에 번졌다.

샌타애나 강풍은 시에라네바다 산맥에서 캘리포니아주 해안으로 부는 건조한 가을철 바람이다. 때로 허리케인급 속도로 부는 데다 바람 방향을 예측하기가 어려워 '악마의 바람'으로 불린다.

오렌지 카운티 당국은 8곳에 긴급 대피소를 열었지만, 대피소가 간식거리와 식수만 제공하는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파 우려가 있어 한인 대부분은 호텔이나 친지, 친구 집으로 대피했다.

현지 한인단체에 따르면 한인들은 어바인 남쪽의 존 웨인 공항 인근 호텔과 디즈니랜드 리조트가 자리 잡은 애너하임 등 다른 도시의 숙박 시설로 피신했다.

어바인 인근 지역 숙소가 동이 나면서 일부는 1시간 거리의 로스앤젤레스(LA) 도심 호텔에 짐을 풀었고, LA 카운티의 친척과 친구 집으로 몸을 피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한인 120여명은 어바인 현지 한인교회가 마련한 대피소의 천막에서 밤을 지새웠고, 현재 이 교회에는 12가구가 대피 생활을 하고 있다.

어바인 주택가를 뒤덮은 매캐한 산불 연기도 한인들의 대피를 부추겼다.

권 한인회장은 "연기와 먼지 때문에 오렌지 카운티 전체가 숨쉬기가 힘들 정도로 대기질이 악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어바인 우드버리에 거주하는 한 한인은 "어바인은 푸른 녹지가 많아 살기 좋은 곳이었는데 연기 때문에 하늘이 주황색으로 보였다"며 "흡사 아마겟돈 '심판의 날' 같았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산불 현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목소리로 가득했다.

"태풍과도 같은 바람이 불어 무서웠다", "차를 몰고 무작정 집을 나왔는데 도로도 막히고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다", "짐을 싸놓고 여차하면 대피하려 한다", "빨리 산불이 진화돼 모두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길 바란다"는 글이 올라왔다.

주 LA총영사관은 오렌지 카운티 대피소와 한인 교회 대피소를 방문해 한인 피해 유무를 점검했으며, 다행히 피해 사례는 접수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소방국에 따르면 '실버라도 파이어'는 발화 이틀째인 현재까지 약 51㎢를 태웠고, 진화율은 5%에 불과하다.

하지만, 시속 110㎞에 달했던 샌타애나 강풍은 이날 시속 8∼16㎞로 잦아들었고, 소방당국은 750여 명의 소방관과 헬기 14대를 동원해 진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어바인 포톨라와 그레이트 파크 일부 지역은 바람이 잠잠해지면서 대피령이 해제됐다.

어바인에서는 아직 주택 피해 사례가 보고된 것은 없고, 어바인 북쪽 요바린다 인근에서 발생한 '블루리지 파이어'로 가옥 10채가 불에 탔다고 AP통신과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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