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박한 시간표…현지 조력자들 탈레반 손아귀 넘어갈 우려

미국 동부시간으로 24일 오전 3시부터 25일 오전 3시까지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약 1만9천 명이 대피했다. 미국 군용기가 1만1천200명, 동맹국이 7천800명을 수송했다."

최근 들어 백악관은 매일 아침 일찍 지난 24시간의 아프간 대피 현황을 이메일로 취재진에게 알린다.

일일 대피 인원이 1만 명을 넘은 건 25일(현지시간) 현재, 불과 사흘밖에 되지 않았다. 그전에는 주로 2천∼3천 명에 불과했다.

아프간 수도 카불이 탈레반에 넘어간 이달 14일 이후 미국과 동맹국이 대피시킨 인원은 8만2천300명이다. 7월 말부터 계산하면 8만7천900명이라고 백악관은 전했다.

속도가 붙기는 했지만 이제 시간은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월 31일로 정해둔 아프간 주둔 병력 철수 시한을 고수키로 했기 때문이다.

미군 병력이 철수하더라도 대피 작전이 계속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미국 당국의 설명이지만 철군 직후 탈레반의 통치가 본격화하면 대피가 한층 여의치 않을 수 있다는 게 대체적 전망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31일까지 대피 작전을 마무리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지난 14일 이후 미국인 4천500명 정도가 대피했으며 1천500명이 남은 상태라고 전했다.

남은 이들 중 약 500명은 미국 당국과 연락이 닿아 카불 공항으로 이동 방안에 대한 지침을 받았고, 약 1천명에게는 당국이 적극적으로 연락을 취하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그러나 미국 당국이 파악한 이들 6천명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 아프간에 있는 미국인 대부분이 이중 시민권자이고 대사관에 등록하지 않았을 수 있다고 전했다.

6천명은 그간 미국 언론이 추산하던 1만∼1만5천명보다는 작은 규모이기도 하다.

20년간의 아프간 전쟁 과정에서 미국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탈레반의 보복 위험에 놓여 대피가 시급한 아프간 주민들의 규모는 더 불분명하다.

미국 당국은 자국 특별이민비자 프로그램에 해당하는 현지 조력자를 5만명 정도로 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 내에서조차 대피가 필요한 이들이 10만 명이 넘을 것이라는 추정치가 나오고 있다. 비정부 기구 '국제구조위원회'는 대피해야 하는 아프간 민간인 규모만 30만 명을 잡고 있다.

자칫하면 미국 당국이 작지 않은 규모의 현지 조력자들을 탈레반의 손아귀에 버려둔 채 대피 작전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닥칠 수도 있는 것이다. 탈레반은 곳곳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주민의 대피를 저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국가안보 기관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깊은 좌절감이 번지고 있다고 미국 NBC방송은 전했다. 존 브레넌 전 CIA 국장은 이 방송에 "CIA 요원들은 그간 훈련해온 아프간 주민들에게 도덕적, 개인적 의무감을 느끼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31일로 공언해둔 철군 시한을 바꿀 생각이 없는 상태다.

영국과 프랑스 등 동맹국들이 혼란스러운 대피 상황을 감안, 주요 7개국(G7) 화상회의를 통해 철군 시한 연장을 강력히 요청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카불에 급파했는데도 탈레반의 협조를 얻지 못한 상황에서 철군 시한을 연장했다가 더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혼란을 틈탄 이슬람국가(IS) 아프간지부 등의 테러 위협으로 카불 공항 현지 상황이 아슬아슬한 상태다. 철군 시한 연장에 반대하는 탈레반과 무력 충돌이라도 빚어졌다간 대피 작전은 고사하고 엄청난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

아프간 철군 강행은 바이든 대통령의 소신이기도 하지만,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정책 기조에 직결돼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현재의 혼란을 감수하고서라도 예정대로 철군을 관철하려고 하는 이유다.

그러나 이번 일로 국제사회는 '미국이 돌아왔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슬로건에 한층 의구심 섞인 시선을 보내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는 다르게 동맹을 중시한다고 누누이 주장했으나, 실상은 자국 이익을 위해 거리낌 없이 동맹을 내던질 수 있다는 게 이번 아프간 사태로 드러난 셈이라는 지적이 많다.

일각에서는 '바이든식 미국 우선주의'라는 말도 나온다. 트럼프 시절의 충격과 상처가 여전한 동맹국으로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행보를 예사롭게 넘길 수 없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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