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비자(H-1B) 제도 단순 사무직 해외채용 악용

미국의 뉴욕 타임스는 과학,기술 등 해외 전문 인력을 활용하기 위해 만든 전문직 비자(H-1B) 제도가 미국의 단순 사무직 일자리를 해외에서 충당하는 수단으로 악용 되고 있다고 지난달 30일 보도 했다.이 신문은 미국의 대형완구업체 토이즈알어스(Toys ‘R’ Us)와 보험회사가 최근 경리직을 대량 해고한 뒤 저임금의 인도 노동자들에게 외주화하는 데 이 제도를 이용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10~30년간 이 회사에서 일한 미국인 노동자들은 외주업체인 타타 컨설팅서비스에 채용된 인도 노동자들에게 자신들의 노하우를 인수인계하고 퇴사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전문직 비자로 미국에 입국한 이 인도 노동자들은 나중에 인도로 돌아가 토이즈알어스에서 일할 경리직들을 교육했다.


이런 관행은 뉴욕라이프, 월트디즈니, 서던캘리포니아 에디슨 등 여러 업체들에서 나타났다며 기업들이 저임금 노동자를 구하려고 전문직 비자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기업들의 이러한 행태에 해직 노동자들은 수사를 요구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일자리에 민감한 공화당도 기업들을 감쌀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번 논란은 한국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후 미 의회를 상대로 공을 들여온 전문직 비자 쿼터 확대가 물 건너갈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정부는 2006~2007년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전문직 비자 쿼터 확대를 요구했으나 미 무역대표부(USTR)는 의회 소관이라며 즉답을 회피했다. 2007년 6월 FTA 서명식을 하루 앞두고 당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미 국무부 부차관보에게 ‘수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쿼터를 약속하는 서한을 받았다고 주장했으나 나중에 소송 과정에 그런 서한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는 이후 FTA 이행 점검을 위해 설치한 한·미 서비스투자위원회 등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는 한편 미 의회를 상대로 한 로비를 강화해왔다. 2013년 5월 부임한 안호영 주미대사는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전문직 비자쿼터 확대를 최우선 사업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아킨검프 등 미국의 로비회사를 고용했고, 2012년부터 쓴 예산은 42억원이 넘는다.


113대 의회 때 한국의 전문직 비자 쿼터를 1만5000개로 하는 ‘한국과의 동반자 법안’ 등이 발의됐지만 미 정치권에서 이민개혁이 논란이 되며 결국 폐기됐다.


미국은 한 해에 전 세계 국가들을 상대로 전문직 비자 8만5000개를 발급하고 있다. 여기서 한국이 1만5000개의 쿼터를 받는다는 발상 자체가 무리한 것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 대사는 지난달 주미대사관 국감 때 “언젠가 이 법이 처리될 수 있는 기회가 올지도 모른다”며 “손놓고 있다가 막상 기회가 왔을 때 잡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대 의회 로비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2016년 8억3200만원의 예산을 이 법안 로비에 책정해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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