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탐욕 언급한 샌더슨...자본주의 존중을 힐러리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은 분위기를 압도했다. 여유있는 표정과 확신에 찬 발언 등은 ‘퍼스트레이디’ 8년과 국무장관 4년, 2008년 민주당 경선 후보라는 화력한 경력을 지닌 그의 관록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줬다. 클린턴 전 장관을 맹렬히 추격하고 있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월가 개혁, 소득 불평등 등에 대해 ‘민주적 사회주의자’로서의 평소 소신을 거침없이 강조했다.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민주당의 첫 대선 텔레비전 토론이 열린 13일(현지시각), 클린턴 전 장관은 외교 현안과 경제문제, 총기 규제 등 거의 모든 현안에 대해 창과 방패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노련함을 보여줬다. 뜨거운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그의 국무장관 재직 시절 개인 이메일 사용 문제는 경쟁 후보인 샌더스 상원의원의 ‘통큰 배려’로 무사히 넘겼다. 샌더스 의원은 “국민들이 ‘그놈의 이메일’(damn emails) 문제를 듣는 데 식상하고 지쳐 있다”며 공화당의 지나친 정치 쟁점화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중산층을 살리고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는 현실적 문제에 집중하자”고 말했다.


샌더스 “이라크 침공은 실수” 지적에


힐러리, 시리아 사태 외교해법 강조


개인 이메일 사용 문제는 부각 안돼


그러나 선두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두 후보는 각종 현안을 둘러싸고 날카로운 대립을 보였다. 먼저, 사회를 본 <시엔엔>(CNN) 앵커 앤더슨 쿠퍼가 샌더스 의원에게 가볍게 ‘잽’을 날리면서 토론의 열기를 지폈다. 쿠퍼는 샌더스 의원을 향해 “스스로를 자본주의 옹호자가 아니라고 생각하죠?”라며 샌더스 의원을 자극했다. 샌더스 의원은 “월가의 탐욕과 무모함이 경제를 망가뜨림으로써 소수의 사람이 많은 것을 갖고 다른 많은 사람들이 거의 아무것도 갖지 못하는 그런 카지노 자본주의를 말하는 것이라면 나는 자본주의 옹호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가볍게 반격했다. 그는 “미국에 자유와 기회가 있기 때문에 작은 사업을 시작해 자신과 가족을 위해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라며 “역사적으로 큰 규모의 중산층을 만드는 데 기여한 것(자본주의)에 등을 돌리면 큰 실수”라고 반박했다.


대외 문제에 대해선 클린턴 전 장관이 돋보였다. 그는 러시아의 시리아 사태 개입 등에 대해 “어떤 지렛대를 사용해 러시아를 테이블로 불러올지 파악하려고 하고 있다. 외교는 완벽한 해결책을 찾기 위한 것이 아니고 위험을 막는 것”이라며 외교적 해법을 강조했다. 샌더스 의원은 “이라크 침공은 역사적으로 가장 큰 대외정책의 실수”라며 이라크 침공을 찬성했던 클린턴 전 장관을 공격한 뒤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아랍국가와 함께 연합군을 만드는 것은 찬성하지만 미군의 지상군을 투입하는 것은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샌더스 의원은 또 전매특허인 ‘월가 개혁’을 끄집어내어 “과거 빌 클린턴 행정부가 금융규제를 완화해 (2008년 금융) 위기가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클린턴 전 장관은 “경제위기가 닥치기 전에 상원의원으로 은행 구조조정을 주장했다”고 맞섰다. 미국 내 최대 현안인 총기 규제와 관련해선 클린턴 전 장관이 샌더스 의원의 미온적인 태도를 문제삼았고, 샌더스 의원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나 잠재적 폭력성을 가진 사람이 총기를 갖지 못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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