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공약 이던 아프간 미군 철수 계획 철회한 오바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에서 미군 철수 이후에 발생한 혼란 사태를 거울삼아 내년까지 아프가니스탄에서 완전 철군하려던 계획을 백지화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대통령 선거 당시 전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시작한 테러와의 전쟁 종식을 핵심 선거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됐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 공약에 따라 약 4년 전 이라크에서 미군을 완전히 철수시켰다. 또 아프가니스탄에서도 현재 9800명 수준인 미군 병력을 올해 5500명가량으로 줄인 뒤 내년에 완전 철군한다는 방침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나 자신의 재임기간 중 테러와의 전쟁 종식이라는 치적을 남기려던 계획을 포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간에서 힘의 공백에 따른 혼란 가능성을 방조할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르렀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군은 내년까지 아프간 주둔 병력을 현행 9800명선으로 유지하고, 2017년에 5500명으로 줄인 뒤 현지 치안상황을 봐가며 추가 감축 규모를 결정키로 했다. 2011년 미군의 이라크 철수 때와 달리 아프간의 아슈라프 가니 정부는 미군 잔류를 희망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 미군 잔류 결정을 밝히면서 아프간 정부가 미국의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프간에서 미군이 모두 철수하면 탈레반 등 급진세력이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미국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이슬람국가(IS)’의 출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미군이 2011년 이라크에서 철수하자 시아파 중심의 이라크 정부가 수니파 탄압에 나섰고, 그 여파로 IS가 결성됐다. 아프간에선 최근 탈레반 세력이 북부 쿤두즈를 일시 점령하는 등 위력을 떨치는 가운데 IS가 침투하기 시작했다고 NYT는 지적했다.


펜타곤의 고위 당국자들은 아프간에 최소 7500∼8000명의 미군 주둔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17년 1월 5500명가량만 남기려는 계획도 실제로 이뤄질지 불확실하다고 WSJ는 꼬집었다.


그동안 오바마 대통령은 중동 전쟁의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며 차근차근 병력을 줄여왔다. 그는 아프간 침공 13년 만인 지난해 종전을 선언하고 미군 9,800명만 남기고 철군시키는 등 취임 당시 거의 18만명이던 이라크·아프간 복무 군인을 1만3,000명 수준으로 줄였다.


하지만 이라크 철군 이후 현지 치안 불안, 종파 간 갈등 등으로 IS가 기승을 부리면서 사태가 꼬였다. 아프간 철군 연기도 '이라크의 교훈' 때문이라는 게 뉴욕타임스(NYT)의 설명이다. 미군 철수 때는 아프간도 또다시 탈레반·알카에다 등 테러 조직의 근거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미 국무부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특사를 지낸 제임스 도빈스는 "이라크에서 가장 놀라웠던 일은 IS의 등장이 아니라 이라크 정부군의 붕괴였다"며 "(철군) 시간표가 지켜진다면 아프간에서 심각한 위험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간 철군 연기는 일종의 고육지책이지만 오바마 외교정책에도 큰 오점을 남기게 됐다. 더구나 오바마 대통령은 IS 격퇴를 위해 시리아에서 반군 지원 작전과 공습까지 벌이면서 '시리아 수렁'까지 빠져 있다. 특히 최근에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 지원을 위해 반군을 공습하고 있는 러시아와의 대리전 위험이나 직간접적인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커진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3대 전쟁에서 승리할지, 언제 철군할지가 모두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부담을 떠넘기면서 후임 대통령이 의회와 국민들 간의 철군 찬반 갈등, 중동 정세 불안 등에 시달리며 국정운영의 에너지를 소모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바마는 임기 초반부터 종반까지 전쟁을 수행한 몇 안 되는 미 대통령 가운데 하나"라며 "각각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을 끝냈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같은 (역사적) 평가는 받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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