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면서 SNS로 방송을 진행하던 한국 여성이 독일에서 당한 인종차별 현장이 그대로 온라인 방송에 노출되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독일 베를린을 여행 중인 한국인 여성 스트리머 지아니 리(33)씨는 최근 황당한 인종차별을 겪었다. 지난 19일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에 들른 리씨는 식사 방송 도중 두 명의 백인 남성들에게 둘러싸였다. 남성들은 “어디서 왔느냐” 등의 질문을 던지고서는 갑자기 카메라를 향해 손가락으로 눈을 찢는 행동을 했다. (포털사이트에서 영상이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일보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이에 리씨는 남성들에게 “당신들의 행위는 인종차별주의적인 것이다. 많은 사람이 지금 당신들의 행동을 보고 있다”라며 “친절하게 해달라”라고 말했다. 남성들이 자리를 떠나자 리씨는 “이제 괜찮다. 단지 그들의 생각이 너무 어릴 뿐이다”라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이 모든 상황은 트위치로 생중계됐고, 방송을 보던 네티즌들은 “대응하지 말고 경찰에 신고해라” “남자들이 술에 취한 것 같으니 조심해라”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해당 영상은 100만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영상을 본 독일인들은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믿을 수가 없다” “끔찍하고 창피하다”라며 분개했다. 그러면서도 “화내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을 잘했다”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영상이 트위터 및 각종 SNS에 퍼지면서, 리씨는 지난 20일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과 인터뷰를 했다.

리씨는 인터뷰에서 “공개된 그 일뿐 아니라 다른 인종차별도 겪었다”고 털어놨다. 리씨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계속 나를 따라다녔던 적이 있다”라며 “그들은 나에게 ‘칭챙총’이라고 끊임없이 소리치며 비웃었다. 그 때 굉장한 위협을 느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떤 날은 벤치에 앉아 방송을 하는데 사람들이 빨리 그 장소를 벗어나라고 채팅을 올렸다. 의아해서 이유를 물어보니 주변에 있던 남자들이 독일어로 나를 가르키며 ‘저 여자와 성관계를 맺고 싶다’라고 말했다더라”라고 전했다.

리씨는 “하지만 정말 많은 독일 사람들은 엄청나게 친절했으며, 앞으로 여행 일정들을 취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현지 언론들도 독일인의 아시아 인종차별이 트위치에서 생방송된 사실을 앞다퉈 전하며 사건은 독일 사회에서 논란거리가 됐다. 이후 리씨를 알아본 독일 시민이 나타나 사과를 하는 사건도 있었다.

23일 지아니 리씨의 트위치 계정에 올라온 영상에는 한 독일 남성이 촬영을 하는 리씨에게 다가가 “당신의 이야기를 신문에서 봤다”라면서 “독일에 오신 걸 환영한다. 우리나라 사람이 당신에게 한 행동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 미안하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담겼다. 리씨도 해당 시민에게 감사를 표했다.